주병진 토크콘서트, MC가 아니라 포맷이 더 문제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한 이후 그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됐던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주병진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방송을 떠난 후 12년만에 그가 돌아온다는 말에 시청자들의 기대는 정말 컸다. 그 기대와 공백 기간이 너무 컸던 부담감 때문에 그는 하루 세 갑을 피우던 담배마저 끊고 복귀 준비를 나름 철저히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건 시청률이 말해주는데, 첫 방송이 8.5%를 기록한 이후 4.5%, 4.9%로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주병진쇼는 분명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방송은 시청률이 말해준다. 주병진도 이를 의식했는지 시청률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아직 초반이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지켜봐달라고 부탁했지만, 지금의 포맷이 동시간대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나 ‘스타부부쇼 자기야’를 누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병진 이름을 걸고 하는 토크쇼이기 때문에 모든 성패 책임은 주병진에게 돌리지만, MC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돌아온 개그계의 신사 체면을 구기고 있는 주병진 토크쇼의 문제점을 따져보았다.

변화된 예능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주병진의 재치나 입담은 12년 전과 변함없다. 아니 오히려 노련미가 돋보인다. 그러나 지금 예능 트렌드는 집단 체제다. 아무리 MC능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혼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긴 힘들다. 천하의 유재석, 강호동도 혼자 하는 프로그램이 없다. 주병진쇼에서 최현정 아나운서는 보조일 뿐, 주병진 1인 체제다. 혼자서 게스트를 상대해가며 재미와 웃음을 이끌어야 하는데 한 두 주도 아니고 매주 원맨쇼를 해야 하는 주병진으로선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집단MC 체제가 대세일까? 예를 들어 유재석의 ‘해투3’를 보자. 유재석이 메인MC지만,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이 공동MC다. 유재석 등 4명의 MC가 한 두 번만 빵 터지게 해도 재미와 웃음을 뽑아내기가 쉽다. 바로 이게 지금의 예능 트렌드인데, 주병진 능력을 과대평가했는지 제작진은 12년 전 포맷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집단MC체제의 왁자지껄한 분위기나 말장난 등에 염증을 느낀 시청자를 겨냥했다지만, 어느새 시청자들은 이런 예능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가. 뭔가 요란하고 공격적인 토크 방식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한물간 정통 1인 토크쇼를 들이대고 있으니 통하지 않는 것이다.

ai주식/주식ai :

보조MC가 주병진을 도와주지 못한다

주병진이 한창 인기를 끌 때 보조MC는 노사연이었다. 가수지만 녹록치 않은 입담을 가졌고, 시청자들이 보기에 부담 없는 외모가 한 몫 했다. 그런데 최현정은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노사연같은 푸근함이 없다. 아나운서라 그런지 깔끔하고 정돈된 이미지는 예능이라기보다 시사 다큐의 MC 느낌이다. 주병진 혼자 게스트를 상대로 원맨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보조MC가 제 몫을 해줘야 하는데 최현정에게 이런 것을 기대하기란 사실 어렵다. 주병진쇼는 예능이기 때문에 시사토론회 분위기가 풍기는 아나운서보다 김신영이나 박미선 등 개그 감각이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출연한 게스트의 신선감이 떨어진다

기대를 모았던 첫 게스트는 박찬호, 그 이후 차승원, 신승훈이 나왔다. 차승원이 최근 ‘최고의 사랑’으로 인기를 끌고 있을 뿐 박찬호, 신승훈은 솔직히 한물간 스타다. 포맷도 한물간 콘셉트인데, 게스트마저 올드 하니 시청자들로선 식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스트 모셔오기가 쉽지 않는 듯한데, 주병진이 오죽하면 박근혜, 전두환 얘기까지 꺼낼까 싶다. 토크쇼이기 때문에 게스트가 중요한 건 맞지만 이런 사람들을 초대한다고 주병진쇼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강호동이 ‘무릎팍도사’를 진행할 때 예능과 크게 관련 없는 안철수, 박경철 등을 초대해 시청률 대박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를 대신해 궁금한 것을 질문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도사임을 자처하며 게스트들이 곤란해 하는 것도 질문했다. 그런데 주병진쇼에는 이런 재미가 없다. 게스트 대접이 너무 친절하고, 자화자찬식이기 때문에 채널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병진이 문제가 아니라 포맷과 게스트가 더 문제다.

ai 투자 :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는 90년대에는 통할 수 있어도 지금은 어렵다. 주병진이란 걸출한 MC를 데려다 놓고 케케묵은 예능 트렌드로 승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주병진쇼는 MBC 예능의 현주소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을 제외하고 MBC 예능은 KBS, SBS에 뒤쳐진 상태다. 주병진은 매주 말끔하게 신사복을 입고 나와 잘 차려진 밥상을 시청자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주병진이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하게 느낀다. 웃음에는 격식이 없어야 하는데, 제작 방식 때문인지 몰라도 너무 격식을 차리는 듯 보인다. 밥 먹는 자리가 불편한 식당은 손님들이 가지 않는다. 왁자지껄한 시장 골목에서 밥을 먹고 술을 먹는 건 그 자리가 편안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주병진쇼가 지금처럼 계속 간다면 ‘박중훈쇼’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제작진은 주병진의 장단점을 냉철하게 따져 주병진 입맛에 맞게 포맷이나 콘셉트를 바꿔야 한다. 필요하다면 MC를 더 늘려야 한다. 최근 ‘승승장구’가 이승기 1인 체제의 ‘강심장’을 누르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병진은 승승장구의 김승우에 비해 탁월한 진행능력과 재치가 있다. 주병진 토크콘서트는 MC가 아니라 변화된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제작방식이 더 문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니 지금이라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무색의 소주처럼 차고 뜨거운 남자가 보는 TV속 세상 보기. 바보상자라는 TV를 거꾸로 보면 그 속에 숨어 있는 2인치 세상이 보입니다. http://kafuri.tistory.com